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이틀 앞둔 9일 사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67)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신봉수 특수1부장 등 검사들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보내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이상 다시 조사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이후 줄곧 재판 출석과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중이다. 다만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이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이미 조사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없어도 재판거래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결론을 뒤집는 대가로 상고법원 설치와 법관 해외파견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을 도와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외교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등 한·일 간 현안이 진행되는 것에 맞춰 징용소송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우 전 수석을 통해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요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 ‘박근혜 가면’ 형사처벌 검토 ▲ 메르스 사태 국가배상 책임 법리검토 ▲ 국정농단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검토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법률 자문을 해주고 대가를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11일 있을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을 앞두고 사건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한다. 검찰은 지난 7일 고영한 전 대법관에 이어 8일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소환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재판거래 의혹 등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전직 대법관들을 재조사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1일 경기 성남시 자택 근처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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