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의 불안 조짐이 속출하는 가운데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중국 경제가 20년 만에 최대 난관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관계없이 중국경제가 상당히 둔화했다는 아주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우려의 근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동원할 정책적 수단을 많이 갖고 있지만 실제로 성장을 떠받치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머스 전 장관은 “중국경제는 아마도 지난 10년, 20년 사이에 발생한 어떤 문제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 지표들은 이같은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중국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떨어져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위축(50 미만) 구간에 진입했고 신규 주문과 수출주문도 감소했다.
아울러 서머스 전 장관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는 향후 2년 동안 미국에 경기후퇴가 닥칠 리스크가 현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2020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하강기에 들어설 확률이 60%라고 추산한 바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추가인상의 근거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머스 장관은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매입한 자산을 매달 500억 달러씩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을 계속해야 한다면서도 필요할 때는 경로를 선뜻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내가 연준에 조언하는 입장이라면 나는 ‘대차대조표 정책’(보유자산을 관리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연준의 보유자산 정책이 불가침 권한이라는 신호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경기둔화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보유자산 축소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머스 장관은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던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재무장관을 지냈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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