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앉은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으려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한복을 입고 참석한 기자, 책이나 휴대폰을 쥔 채 손을 든 이들 등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회견을 미국 백악관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문 대통령은 질문자를 선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경제지와 지역지, 방송사 기자들이 질문권을 대부분 가져가자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앙일간지 기자들만 손을 들어달라”고 말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질문자를 정하는 데는 진땀을 뺐지만 실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막힘없이 잘 이어나갔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긴 분량의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자가 방안을 다 말했다”면서 “나도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줬다.
비교적 까다로운 질문도 위트 있게 잘 풀어나갔다.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생각을 달리하는 인사를 등용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친문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언론의 평가를 언급하며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일었다.
때로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현실 경제가 힘든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날 선 물음에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할 때 얘기했다”며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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