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우리 측에 제안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 현금이 대량으로 유입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언급했다. 대량 현금(bulk cash·벌크캐시) 유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중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결국 남북 간에 개성공단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면 제재 위반을 피하기 위해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 등을 현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다뤘다가는 우리 정부가 앞장서 제재의 틈을 벌린다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다 .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김 위원장의 우선순위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제재 면제를 받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제재의 틀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돈이 들어가는 것에 제일 민감하다”며 “목돈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게 개성공단 재개”라고 덧붙였다.
과거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당시 남측에서 북측으로 많은 현금이 넘어갔고, 그런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이 북한 정권으로 유입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만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높은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런 배경 때문에 2016년 11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는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사무소 및 은행 계좌 개설을 금지했다. 우리 입주 기업들이 북측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던 송금 방식을 막은 것이다. 고위당국자는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순전히 개인 생각이지만 제재면제를 받기 위해 벌크캐시가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다만 금강산관광은 조금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세간의 관측에 대해 한국의 설 연휴 기간을 전후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개최 장소에 대해서는 “우리는 판문점을 원하지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현시점에서 한미 양자 간 가장 큰 이슈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서는 사실상 실무급의 손을 떠난 것으로 봤다. 고위당국자는 “10차까지 한 그런 식의 협상 단계는 넘어간 것 같다”면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봐야겠다는 양쪽의 의지는 마찬가지인데 워낙 큰 입장차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위급에서 소통을 통해 해야 할 것”이라며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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