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첫 소환조사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개입 등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이를 부인하는 양 전 대법원장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9시30분부터 청사 꼭대기인 15층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검사 2명과 마주 보고 앉았으며 옆에는 최정숙(사법연수원 23기) 로고스 변호사가 배석했다. 검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 측 조사 진행은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9기)이 총괄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40여개 사법농단 혐의 가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로 포문을 열었다. 이날 조사는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단성한·박주성 부부장검사 등이 교대로 진행했다. 이들 검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양 전 대법원장(2기)의 30기수 후배다.
먼저 박 검사는 법원 측이 강제동원 손해배상소송을 지연시킨 다음 원고 패소로 재판을 뒤집어주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상고법원 설치, 법관 해외파견 등 도움을 받는 데 양 전 대법원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신문했다. 이어 단 검사가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에 대해 부당하게 뒷조사하고 불이익을 준 일명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범죄 혐의나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자가 한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도 답변했다고 한다.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정문에서 입장을 발표하며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이 없었다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검찰은 이날 심야조사를 하지 않기 위해 저녁 8시40분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서 열람 절차를 시작했다. 못다 한 조사는 추가 비공개 소환을 통해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최소 한 차례 이상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최단 기간 내에 끝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인 주목도와 안전 문제를 고려할 때 너무 오랫동안 조사가 이뤄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전날 오후10시부터 일반인은 물론 취재기자의 청사 출입도 통제하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