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단체 케어’가 보호하던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켜왔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근본적으로 생명을 사고파는 문화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직 케어 직원은 언론을 통해 ‘케어가 자신들이 보호하던 동물들을 무더기로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케어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가 무분별하게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구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소연 케어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유기동물 관리실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케어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다. 특히 학대를 당하고 방치된 개와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줄기차게 언론에 노출해온 만큼 이번 사태가 가져온 후폭풍은 상당히 거세다. 이에 대해 다른 동물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A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라면 자신들이 하는 일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했는데 후원자들을 기만했다는 부분은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안락사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영리를 위한 동물 생산 시스템을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씨는 “동물을 단순히 사고파는 물건이 아닌 생명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펫 숍(pet shop·애완동물 가게)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마다 다르지만, 독일에서는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선 일정 정도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보는 곳도 있다”며 “고민이나 책임감 없이 너무 쉽게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에서는 동물들이 그만큼 쉽게 버려지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나 고양이 같은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시장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고 동물을 유기하면 처벌하는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유기·유실 동물은 10만2,593마리에 달했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실·유기동물의 27.1%는 자연사, 20.2%는 안락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된 경우는 30.2%, 소유주에 인도된 경우는 14.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설 보호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동물권 단체 관계자 B씨는 “국가 차원에서는 동물 보호 시스템이 큰 구멍이 나 있고 민간 영역에서 이를 보완하는 형식”이라며 “민간 재원으로는 쏟아져나오는 유기동물들을 관리하기가 너무 벅차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단체가 자기 역량에 맞춰 구조 활동을 진행하는데 케어의 박 대표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급급해 능력에 벗어나는 일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B씨는 “안락사는 위험에 처한 동물들의 생존 자체가 고통일 때 수의사의 의견을 받아서 의결 과정을 거쳐서 진행하게 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케어의 직원 C씨는 “박 대표가 욕심을 낸 측면도 있고 방만하고 기준 없이 힘에 부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며 “박 대표의 독단적인 리더십과 하향식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은 케어 스스로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일각에선 박소연 대표와 케어의 활동들을 거론하면서 케어가 그동안 벌여왔던 동물 보호 활동의 진정성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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