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성공 요인으로 실감 나는 특수효과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저승 세계와 지옥도를 그럴듯하게 구현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 감독의 치밀한 연출과 제작진의 집념이 ‘신과 함께’의 흥행 대박을 이끈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콘텐츠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영화의 용기 있는 시도가 한국형 판타지물의 신기원을 열어젖힐 작품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김 감독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이자 특수효과 전문 회사인 덱스터 스튜디오에 13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김 감독과 덱스터 스튜디오는 정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의 성공에 힘을 보탰던 문체부가 최첨단 콘텐츠 기술 지원을 위한 ‘제3차 문화기술 연구개발(R&D) 기본계획(2019~2022년)’을 14일 발표했다. 특히 문체부는 이번 3차 기본계획을 통해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에 집중적인 지원을 펼쳐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본지 1월12일자 1·2·3면 참조
이번 기본계획은 △창작자의 소재 발굴을 돕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 △신개념 콘텐츠 제작을 위한 VR·AR 기술 △개인 맞춤형 운동을 위한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기술 △장애인을 위한 문화체험 격차 해소 기술 △불법복제 콘텐츠 단속·식별 기술 등 ‘5대 핵심 기술’을 선정해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문체부는 5대 기술 지원을 통해 드라마 콘텐츠 기술을 비롯해 문화유산 복원에 필요한 스캔·인쇄(프린팅) 기술, 스포츠 훈련에 필요한 감지기 기술 수준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VR·A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다. 현재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방영되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한국 최초로 AR 기술을 접목한 드라마다. 증강현실에 바탕을 둔 게임과 실제 일상의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시청자로 하여금 직접 드라마 속의 세계를 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탄탄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자랑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2022년까지 투입되는 총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영화 ‘신과 함께’의 성공을 이어나갈 콘텐츠, 제2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탄생시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처음 시작된 문체부의 문화기술 R&D 지원 사업은 영화 ‘신과 함께’의 성공 이외에도 그동안 다양한 성과를 남겨왔다. 실제로 문체부의 R&D 지원으로 도출된 특허 건수는 지원금 10억원당 5.3건으로 국가 R&D 지원 사업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 사업화 건수 역시 10억원당 3.9건으로 국가 R&D 지원 사업 평균의 약 3배에 이른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 산업 분야의 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규모를 면치 못하고 있고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도 많지 않아 여러 가지 한계점도 노출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문화기술 수준은 관련 분야의 최고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 82.1%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3차 기본계획을 통해 미국 대비 기술 수준을 오는 2022년까지 85.7%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6년 기준 지원금 10억원당 4.17명에 불과한 일자리 창출 규모도 같은 기간 8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올해 기준으로 연간 국가 전체 R&D 예산의 0.35%인 문화기술 R&D 예산을 1%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기본계획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근거한 법정 계획으로 산업계·학계·연구기관 등 전문가 간담회와 관계부처 협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마련됐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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