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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CBM 폐기만으론 北핵 위협 제거 못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궁극적으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진다면 언제든 타협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이게 현실화한다면 비핵화 문제는 장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이야 ICBM 폐기로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기에 상관 없겠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와 추가 핵개발 능력에 맞설 수 있는 대응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하면 핵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미국이 양보하는 마당에 스스로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만 매일 핵 공포로 떨며 지내야 할 처지다.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핵이 사라지지 않으면 가뜩이나 뜨거운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가열될 게 뻔하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북핵을 핑계로 스텔스기 도입 확대와 항모 배치 등 군사력 증강을 서두를 터다. 중국 역시 일본의 전력 강화를 핑계로 해군력을 증강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국이 군사력 확대에 나서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할 경우 나타날 나비효과가 결코 작지 않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개선된다고 해도 북핵이 존재하는 한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 한미동맹이다. 만일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한미동맹이 느슨해지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그 영향은 한반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만이 모든 부작용을 없애고 한반도에 영구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핵을 머리에 인 세상을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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