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이 제기된 배철현 전(前)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학술서를 냈던 출판사가 책을 모두 절판키로 했다. 배 전 교수가 쓴 책 중 유통되는 것은 공저나 번역서를 제외하면 일반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에세이·대중서, 그리고 어린이용 도서만 남게 됐다.
사단법인 한님성서연구소는 이 기관이 펴낸 책 중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타르굼 아람어 문법』 등 배 전 교수가 집필한 책 3권을 모두 절판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중 역주서인『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배 전 교수가 쓴 유일한 학술 연구서이며,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이 책의 내용을 간추린 일반인용 교양서다. 『타르굼 아람어 문법』은 영어 원저를 배 전 교수가 한국어로 번역해 집필한 학술서다. 이 책들은 모두 2001년에 나온 후 최근까지 시중에 유통돼 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오늘 전체 회의를 열고 표절 의혹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정리를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절판 조처, 관련 기록 삭제 등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측은 홈페이지에서 배 전 교수와 관련된 정보도 모두 삭제했다. 연구소 홈페이지 출판 도서 목록 중 고대 근동·유다이즘 분야에는 원래 배 전 교수가 집필한 책 3권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으나 이날 오전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제2쇄부터 한님성서연구소에서『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받아 유통해 온 가톨릭출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현재 이 책에 대한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다. 가톨릭출판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책을 매입해 판매해왔는데 매입을 안 한 지 오래됐다”면서 “오늘 한님(성서연구소)측으로부터 절판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해 배 전 교수 측에서 연락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며, 필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연구소의 절판 결정에 대해 배 전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14일 오전 배 전 교수에게 전화했으나, 그는 당장 통화가 곤란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배 전 교수는 전날 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문제 제기된 문헌들은 대부분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의 문헌들로서 현재의 기준과 관점에서 보면 미흡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표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안타깝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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