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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새들의 무렵 같은

-정윤천 作





하루치의 기차를 다 흘려보낸 역장이 역 앞의 슈퍼에서 자일리톨 껌 한 통을 권총 대신 사들고 석양의 사무실 쪽으로 장고나 튜니티처럼 돌아가는 동안과

세간의 계급장들을 하나씩 떼어

부리에 물고

새들이 해안 쪽으로 날아가는 무렵과

날아가서 그것들을 바다에 내다 버리려는 소란과

이 무소불위의

전제주의와

(체제에 맞추어 불을 켜기 시작하는)

카페의 술집과 소금구이 맛집들과



무얼 마실래?와 딱 한 병씩만 더 하자와 이 인분 추가와

헤아려 보거나와

잊어버리자와.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구출해낸 것이다.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하루치 사투를 벌이던 승객들을. 겨우 말 도둑이나 상대하던 장고나 튜니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실력자다. 쓸 데 없이 권총을 차르르 돌리거나, 이글이글 빛나는 푸른 눈빛을 쏘지도 않는다. 고수는 원래 그런 것이다.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 대신 무소불위 네온이 지배하는 체제의 상점에 앉아 그 날의 전과를 돌아본다. 한 잔을 더하거나, 득실을 헤아려보는 동안 주머니는 다시 가벼워지고 날이 샐 것이다. 저녁에 바다로 갔던 새들이 다시 계급장을 물고 올 바로 그 무렵.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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