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결제기기인 키오스크가 우리 일상생활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기차표를 끊거나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때도 키오스크를 사용하죠. 사람이 아닌 기계가 업무를 처리하는 ‘무인화 사회’는 이처럼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절망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키오스크 대중화로 그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시각장애인, 휠체어장애인과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살고 휠체어 타는 20대 여자 장지혜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시각장애인입니다.”
먼저 서울 대형쇼핑몰의 패스트푸드점을 찾아가봤습니다. 무인 결제기가 어디 있는지 몰라 방황합니다. 키오스크 앞에는 섰지만 터치스크린으로만 되어 있어 메뉴를 알 수 없습니다. 당황하고 있는 그에게 다행히 어떤 친절한 여성 분이 대신 주문을 해주시네요.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누군가 먼저 도와줄 때 처음에 드는 생각은 감사함인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있어야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아쉬움이 남죠”
휠체어장애인은 음료수 전문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 곳 키오스크는 꽤 높군요. 휠체어 장애인은 도구를 이용해 힘들게 팔을 뻗어 메뉴를 선택합니다. 높이 때문에 겪는 불편함은 영화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티켓 발권을 하는 게 예매번호로도 할 수 있고, 생년월일이랑 핸드폰 번호로도 찾을 수 있는데 그게 너무 위에 있는 거에요. 그게 힘들었고. 키오스크 우대권이 발급이 안되게 돼 있어서…”
민간업체는 그렇더라도 공공기관은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을까요? 용산역 대합실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봤습니다. 시각장애인 키보드가 있고, 점자 안내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내 어떤 메뉴가 있는 지 음성 지원이 되지 않아 뭘 눌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휠체어 장애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화면 때문에 계속 일어나야 했죠. 서류 하나 발급 받으려고 팔 운동까지 해야 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 설치기기 10대 가운데 4대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죠. 전국적으로 키오스크가 몇 대인지, 장애인도 이용 가능한지 실태조사조차 없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무인화 사회’는 거창한 목표 같지만 별로 어렵지도 않습니다. 키오스크 표준을 반영하고 기술적으로 사소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한 업체가 만든 키오스크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자동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또 다른 업체는 매장에 제공된 큐알(QR)코드나 전화번호 링크를 통해 휴대폰에서 메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장애인법을 통해 디스플레이, 점자 안내, 스크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합니다.
“주도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사회참여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사람을 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죠.” (시각장애인 김진철씨(가명))
“아무리 소수이지만 분명 사회 구성원인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드는 경우가 너무 일반적인 것 같아요”(휠체어 장애인 장지혜씨)
비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누군가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무인화 사회’는 장애인에게 공포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국회와 정부 차원의 대책과 작은 배려가 시급해 보이네요.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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