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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노동자 350만명 육박…산재 위험 '정규직 2배'

산재 위험 2배, 자가 치료비 전담율은 2배 이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는 15일 오전 10시30분 광화문에 위치한 고(故) 김용균씨의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서울경제DB




국내 노동자 10명 중 2명이 직접고용이 아닌 파견이나 용역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 간접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더 많이 다치는데도 치료 비용은 자기 주머니에서 내는 경우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의뢰해 국내 간접고용 현황과 노동 실태 등을 연구·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간접고용이란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형태다. 흔히 용역이나 파견, 민간위탁, 사내 하청 등이 간접고용에 속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와 300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는 고용형태 공시제 자료를 활용해 간접고용 규모를 추산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실태조사로 파악한 자료를 활용했다.

그 결과 2017년 현재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5,239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1,988만 2,769명의 17.4%에 달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파견·용역 노동자는 84만 8,846명, 일당제 건설업 노동자는 70만 4,247명, 호출 근로 노동자는 26만 3,292명이었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민간부문은 147만 3,267명, 공공부문은 17만 5,587명으로 파악됐다.

이런 수치에 대해 센터는 간접고용 규모를 추산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해서 파악했지만, 여전히 과소 추산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숫자는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성비를 보면 파견의 경우 여성(52.4%)이 남성(47.6%)보다 많다. 반대로 용역의 경우 남성(55.1%)이 여성(44.9%)보다 많았다. 파견 노동자를 연령으로 나누면 남성은 50대가, 여성은 30대가 가장 많았다. 용역 노동자의 경우 남성은 60대가, 여성은 5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은 경비, 여성은 청소 등 시설관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간접노동자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법적 규제를 받는 파견보다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용역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01년 31만9,371명이던 용역 노동자는 2017년 68만7,727명으로 불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파견이 175만 원, 용역이 156만 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인 242만 원에 훨씬 못 미친다. 정규직의 평균 임금인 306 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파견은 57%, 용역은 51%에 그친다. 이들 간접노동자는 임금이나 복지 외에도 노동조건 악화, 위험 업무의 외주화, 노동 3권의 제약 등의 문제를 겪는다.

간접고용 노동자 37.8%가 업무상 재해를 경험했다.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비율이 20.6%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반 수준이었다. 센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산재 경험의 양극화는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외주화에 의한 위험의 생산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재 사고의 처리 방식을 보면 정규직은 산재 보험을 신청해 치료하는 비중이 66.1%였고, 노동자 스스로 치료비를 전담하는 비율은 18.3%에 그쳤다. 그러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산재 보험을 통해 치료받는 비율이 34.4%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었고, 본인이 치료비를 전담하는 비율은 38.2%로, 정규직의 두 배를 넘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사업주에게 간접고용 노동자의 안전보건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 논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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