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해당 나라나 도시 문화를 알리는 하나의 얼굴과도 같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글로벌 체인 호텔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나 도시 문화를 간직한 호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미국 문화를 반영한 호텔인 그랜드하얏트서울뿐 아니라 군인 이름을 따서 지어진 워커힐호텔, 프랑스 콘셉트를 지향하는 레스케이프 호텔, 라스베이거스를 본딴 파라다이스시티 등 유명 브랜드 호텔이 마치 경쟁하듯 이국적 분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한국적인 미가 차별요소가 될 수 있다. 화성시의 지역적 코드를 활용한 ‘푸르미르호텔’처럼 국내에서도 우리의 미를 호텔에 담으려는 노력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롯데호텔이 지난해 서울 명동에 개관한 ‘이그제큐티브타워’는 우리 전통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격자무늬·빗살무늬·대리석 등으로 벽면과 문을 꾸몄다. 철제 소나무 장식과 순백의 도자기, 한국화 등 한국적 장식도 눈에 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는 한복을 입은 호텔리어가 고객을 맞이한다. 과거 강남의 ‘리츠칼튼호텔(현 르메르디앙 서울)’에서도 한복을 입은 직원이 로비에서 근무했지만 건물 보수 이후에는 자취를 감춘 만큼 더욱 의미가 있다.
부산시 중구 영주동 언덕에 위치한 코모도호텔은 조선 시대의 웅장한 궁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앞은 볼록하고 뒤가 움푹 들어간 특이한 건물 단면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한국 민화에서 소재를 본떠 만든 벽으로 이뤄져 있고 층마다 단청 장식이 돼 있다. 호주 태생의 조지 프루가 디자인했으며 독특한 내외부 경관으로 외국인 방문객의 ‘포토 스폿’이 되고 있다.
한옥 호텔을 내세우는 곳들도 둘러볼 만하다.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진 인천 송도의 ‘경원재앰배서더’호텔은 빌딩 숲 사이에서 고풍스러운 전통미를 뽐낸다. 경원재는 고려 시대 인천의 옛 명칭으로, ‘경사를 불러오는 고을’이라는 뜻이다. 이 호텔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건축양식을 접목했다. 전통 번와 기법(지붕의 기와를 잇는 것)을 사용해 곡선의 유려한 미를 살렸고 전통 칠기법으로 제작한 나전칠기 가구를 호텔 곳곳에 비치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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