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형자 명부 전수조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때 수감된 독립운동가 5,323명을 확인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시·군·구·읍·면이 보존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수형(受刑)인명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독립운동과 관련해 옥고를 치른 수형자 5,323명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지 않은 수형자는 2,487명으로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독립유공자로 포상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수형인명부는 형을 받은 사람의 성명, 본적, 주소, 죄명, 재판 일자, 형명·형기, 처형도수(재범여부) 등을 담고 있어 독립운동 활동을 입증하는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보훈처는 이번 명부를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수형인명부는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고 수형인의 본적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오래전부터 학계 등에서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보훈처의 전수조사와 분석 결과, 독립운동 관련 죄명(보안법·소요·대정<大正> 8년 제령7호·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수형자는 광주·전남지역이 1,9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충남 1,205명, 인천·경기 456명, 대구·경북 404명, 제주 214명, 부산·경남 198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광주지방재판소 자료(광주·전남·제주지역)에서 확인된 2,626명의 86.9%에 해당하는 2,282명은 사형(66명)과 종신형(9명)을 포함한 징역형 이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호남 의병과 3·1운동 참여자들이다. 대전·충남과 인천·경기지역에서는 태형 처분이 많았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3·1운동 참가자들에 대해 일제 헌병대나 경찰서가 내린 즉결 처분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독립유공자로 아직 포상되지 않은 수형자 규모는 광주·전남 727명, 대전·충남 719명, 인천·경기 389명, 대구·경북 167명, 부산·울산·경남 120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형량을 보면 징역 1년 이상이 580명(23.3%)으로 가장 많았고, 태형 90대 351명(14.1%), 태형 60대 347명(14%), 징역 6월 328명(13.2%), 징역 3월 184명(7.4%) 순이었다. 벌금형은 182명(7.3%)으로 나타났다.
미 포상자 가운데 마을 또는 읍·면 단위 주민들이 동시에 처벌된 사례도 많았다. 남양주 진접읍 부평리 주민 116명은 태형 60대, 충남 아산 도고·선장 주민 192명은 태형 40~60대, 경기 용인 수지 16명은 태형 90대, 평택 진위면 봉남리 주민 15명은 태형 60~90대, 서울 강동 송파·천호 주민 13명은 태형 90대 등에 각각 처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미포상 수형자에 대해서는 독립운동 여부 확인과 검토를 거쳐 독립유공자 포상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가기록원과 전국 시·군·구·읍·면 관계자들의 전수조사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광주·전남·제주의 일부 지역은 이른 시일 내에 전수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해당지역 관공서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보훈처는 지난해 6월부터 국내 항일학생운동 참여 학교 중 11개 학교 학적(제적)부에서 396명의 독립운동 관련 정·퇴학자를 찾아냈으며, 올해에도 국가기록원 소장 자료와 각급 학교에서 자체 보관 중인 자료를 수집·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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