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불신임안 부결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추진동력을 다시 얻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메이 총리가 오는 21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을 보완한 ‘플랜 B’를 내놓기로 했지만 야당인 보수당이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브렉시트)’ 배제 없이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맞서 플랜 B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영국 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메이 총리가 정국타개 방법으로 야당인 노동당의 동의하에 제2 국민투표를 성사시켜 플랜 B 또는 유럽 잔류가 통과되더라도 유럽연합(EU)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꼬이게 된다.
EU는 일단 복잡한 영국 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역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브렉시트 시기를 내년까지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메이 정부는 16일(현지시간) 24년 만에 열린 하원 불신임안 표결에서 찬성 306표 대 반대 325표로 승리했다. 전날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 제출한 불신임안이 부결되며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내각 해산을 모면한 메이 총리는 당장 하원 지도부를 설득해 플랜 B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보완해 21일 하원에서 동의를 받은 뒤 EU와 재협상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플랜 B의 관건은 ‘백스톱(안전장치)’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EU와의 격론 끝에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를 피하기 위한 조건이 담긴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해 11월 도출했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연방 소속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킨다는 내용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기약 없이 EU에 남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반발해 메이 총리의 플랜 B가 이 같은 갈등을 얼마나 해결할지가 합의점 도출에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노동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치력 확대를 위해 노딜 브렉시트 배제, 브렉시트 연기, 제2 국민투표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당은 메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재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은 브렉시트에 대한 제2 국민투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는 영국이 3월29일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최우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AFP통신에 “노딜 브렉시트의 리스크가 증폭됐다”며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17일 관계장관들을 소집해 대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내에서 제2 국민투표를 통한 EU 잔류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EU 관리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시행 시기를 새 유럽의회가 개원하는 7월2일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2020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정부에서 브렉시트 유예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메이 총리는 합의안 부결 이후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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