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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좀비기업' 연명 악용...택시 혁신 발목

정부 보조금 지원통한 택시 완전월급제 도입 - 반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혈세로 월급...기업과 달리 투입자금도 소멸

● 보조금에 기대면 자생적 혁신은 물건너가

● 이미 세금혜택...개인택시와 형평성 논란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택시기사에게 완전월급제를 도입하자는 택시업계의 주장을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승차공유 서비스 ‘카풀’에 극력 반대하는데다 최근 잇따른 택시기사 분신으로 지난 15일 카카오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한발 물러나면서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등 택시기사 처우개선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완전월급제에 따른 지불 능력이 없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면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완전월급제 시행 재원은 택시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 보조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조금 지급을 통한 완전월급제 찬성 측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혹사당하는 택시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완전월급제가 최선이며 정부가 엄격한 실사를 거쳐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택시업계에 이미 각종 보조금과 세금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며 보조금이 결국 ‘좀비기업’ 연명에 악용돼 택시업계의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와 택시업계 간 완전월급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카풀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택시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정부의 지원금 없이 완전월급제 실시가 어렵다고 말한다. 월급제에 대한 노사의견이 달라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의 견해에서 공통 부분만을 뽑아 정리하면 양자는 완전월급제 그 자체에 대한 이견보다 제도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으로 보인다. 정부는 택시업계가 추가비용을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택시업계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정부 보조금 지급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지적할 점은 국민의 혈세로 완전월급제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타당한가의 문제다. 완전월급제 보조금은 그 성격상 국민들이 택시기사에게 급여의 일부를 현금으로 주는 것과 같고 또 보조금은 ‘소멸성’이라는 점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기존 산업의 전례를 보면 조선업이 있다. 대우해양조선에는 무려 9조원이라는 거액의 정부 자금이 투입돼 회생 절차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업 회생 후에 상환 절차를 밟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우조선이 정상화된 다음에는 정부 자금을 반환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도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산업에 한정된다. 예컨대 대우조선은 전후방산업과 연관 효과가 커 100여개의 사외 협력업체 및 1,200여 기자재 거래업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청산할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최대 59조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추산도 있다. 택시산업은 이런 기간산업과는 다르며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도 버스가 31%, 지하철·기차가 23%인 반면 택시는 9%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택시업계의 회생과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택시는 전형적인 규제산업으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향후에는 택시업도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해야 하고 자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면 퇴출해야 할 ‘좀비기업’, 즉 생산성이 한계 이하인 택시회사도 생존한다.

택시업계의 혁신 노력이라는 점에서 최근 등장한 마카롱 택시는 흥미를 끈다. 마카롱 택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배차 효율을 높였으며 무엇보다 하루 15만원에 가까운 사납금 폐지와 월급제를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종의 프랜차이즈 택시를 지향하는 모델이 성공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택시의 혁신을 지향하는 새로운 모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보조금이 지급되면 이 같은 택시업계의 자생적인 혁신 노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산업 간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주차장 부족 등 관련 인프라 문제와 소비자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이나 중소기업이 많다. 이런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과 택시산업의 산업적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 업종도 종업원의 월급제나 정규직화를 전제로 보조금 지급을 요구했을 때 어떤 논리로 답변할 수 있을까.

이뿐만 아니라 기존 택시업계에 이미 투입되고 있는 정부 보조금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택시업계에 지급되고 있는 각종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이 여러 가지 있다. 택시·화물차가 사용하는 연료에 추가 부과되는 교통에너지 환경세, 지방세 등을 감면해주기 위해 지급되는 유가보조금과 택시 구입 때 감면되는 취득세·부가가치세가 그것이다. 택시업계의 유가보조금만 해도 연간 5,000억원씩 지난 5년간 2조5,000억원이 지급됐다. 이 역시 국민의 세금이다. 여기서 이미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과 세금 감면에 더해 급여까지 보조해야 할까.

개인택시와의 형평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완전월급제를 위한 보조금이 지급되면 개인택시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아마 카풀로 인한 영업 이득 감소분을 보전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택시 역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할 수밖에 없다.

택시산업의 회생은 정부 보조금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택시업계 내부의 혁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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