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명 밑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출생아 수 30만 명 선을 방어했지만 인구절벽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6명에서 0.97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출생아 수는 32만5천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18일 밝혔다.
통계청은 작년 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고,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도 2028년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도 크게 밑돌아 꼴찌가 됐다.
합계출산율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2017년에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급기야 2018년에는 1.0명 미만으로 추락했다.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내려갔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증가하다가 이후 다시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에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급속히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5∼64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3.4%를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절벽 현상이 나타나면 생산과 소비가 줄어드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돼 경제위기의 위험이 높다. 정부는 인구절벽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져 국가 존립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13년간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내놨다.
3차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는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을 달성하겠다면서 저출산 극복 의지를 표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유아시설이 부족하고, 청년세대가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과 청년, 아동 등 정책 수요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성 평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7일 확정,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보면, 저출산 정책의 큰 틀은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무엇보다 출산율 목표(2020년 1.5명)가 실현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긴 호흡으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면서 출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출생아 수 30만명대는 인구학자들 사이에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다. 1970년대만 해도 한해 100만 명대에 달했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9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어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반짝 증가했다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해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소 수준이다. 세계에서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 뿐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창준 기획조정관은 “출생아 수 30만명을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의료비와 양육비 부담을 최대한 낮춰서 각 가정이 2자녀를 기본적으로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일터나 가정에서 여성차별이 심하며, 그것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일터와 가정에서 남녀평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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