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인터뷰에서, “솔직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일상을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배우 하연수’란 타이틀이 감사하지만 버거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한 직업이지만 그걸 뺐을 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버릴까봐 겁이 나기도 해요. 저 또한 평범한 하나의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조금씩 분리를 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하연수는 스크린 첫 주연작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 오랜만에 취재진을 만났다. 당찬 ‘장미’처럼 솔직하고 바른 생각을 지닌 점이 닮아 있었다.
꿈 많은 소녀시절의 장미부터 홀로 현아를 키우는 싱글맘 장미의 모습까지 열연을 펼친 하연수.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극 중 가수를 꿈꾸는 장미가 무대와 연습실에서 부르는 두 곡 ‘너만의 장미’와 ‘그대 이름은 장미’로 숨겨진 가창력을 뽐낸다. 스스로 ‘몸치’다고 밝힌 하연수는 웨이브만 5000번은 했다는 일화도 알렸다.
유호정의 젊은 시절 ‘장미’를 연기한 하연수는 내 연기가 ‘괜찮은건가’라는 불안감을 지닌 채 완성본 영화를 봤다고 했다.
“한없이 부족한 연기를 했지만 선배님 덕분에 잘 묻어갈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분들이야 워낙 출중하게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전 제 부분이 제일 걱정 됐어요. 어쩔 수 없이 제가 절 지켜봐야 하는 게 어색하죠. 연기자 생활을 했지만 제 연기를 볼 때마다 오그라들어요. 조마 조마하게 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단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웃음) 사건을 보여주기 보단 감정을 끌고 가는 역할이라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걱정이 컸거든요. 그런데 제가 후반에 콧물 훌쩍이면서 울고 있더라구요. 우리 영화가 참 따뜻하게 만들어졌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연수는 “제가 눈물을 흘린거면, 진짜 슬픈 작품입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거든요” 라고 말하며 ‘그대 이름음 장미’의 영화에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 엄마도 이런 꿈이 있었는데 날 위해 포기한 게 있구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도 드렸어요. 무뚝뚝한 편이라 잘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앞으로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작품이 준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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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수는 온라인 쇼핑몰의 피팅 모델로 일하던 중 연예계쪽의 콜을 받고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20대 좌우명이 ‘하고 싶은 일은 꼭 하자’ 였다면, 30대의 길목에 들어선 현재의 좌우명은 “20대 때보다 주변 사람에게 충실하고 싶다”이다. 좀 더 유연하게 주변을 돌아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좌우명이다. 힘들었던 20대 시절을 잘 떠나보내고, 최근엔 여행도 갔다왔고, 전공인 그림 실력도 살려 다시 붓을 들었다. 취미인 사진찍기의 기록이 담긴 사진집도 냈다. 그는 “나이 먹는 건 우울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재로선 묘하게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이렇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제 친한 친구가 아이를 낳았어요. 생명의 탄생을 제 가까이에서 경험하니 색달랐어요. 서른이 되니 좋은 에너지가 들어오는구나 싶어요. 나이 드는 게 조금 서운해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아요. 같이 연대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어요. 주변이 다 소중한 걸로 채워졌고, 그걸 얼마나 지켜가면서 살아갈지는 제 몫이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도 했고요.”
30대의 세계를 조금씩 경험하고 있는 하연수에게 최대 화두는 ‘행복’이다. 자신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솔직함’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직시하고 있었다. ‘솔직함’과 ‘불편함’ 의 간극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저의 솔직함이 불편했다면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숨어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직업은 행동 하나 하나가 노출되는 직업이기에, 제가 죄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좀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요. 누군가에겐 제가 미운 사람일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가식적인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좀 더 내 자신이 누군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등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어요. 가식 부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솔직한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은 그대로일 듯 해요. ‘스스로한테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사람이 되자’란 모토는 그대로입니다. 무엇보다 배우란 타이틀을 제거했을 때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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