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를 탔지만 올해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했다. 또 작년에는 북한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간 후 육로로 워싱턴으로 이동했지만 올해는 워싱턴으로 직행했다. 작년보다 북미가 협상의 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발(發) 유나이티드항공(UA808)편으로 이날 오후 6시 32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이날 북미 2차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월 중순에서 늦어도 3월 초 베트남 하노이나 다낭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부위원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항에서 직접 맞았다.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도 동행했는데, 국무부 의전장이 공항까지 직접 나와 영접하는 것은 드문 사례로 알려졌다. 이후 김 부위원장은 입국심사장 바깥 VIP 주차장에 세워진 검은색 3대의 SUV 중 한 대를 타고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백악관에서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워싱턴에서 묵는 것은 2000년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4박5일 머문 이후 19년 만이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아침부터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연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주 인편으로 전달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답장 격인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주말 워싱턴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며 남북미 3자 정보수장 워싱턴 회담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서 원장은 현재 워싱턴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초미의 관심은 이번 만남에서 나올 2차 북미회담 날짜와 장소다. 로이터는 17일 두 명의 베트남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설 연휴인 2월 4~8일 이후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트남 휴양지 다낭의 고위당국자도 “(2차 북미회담 같은) 행사 개최를 의뢰받은 적은 없지만 ‘A1(외국 고위급 인사)’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지침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소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나 다낭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시기 역시 2월 중순에서 늦어도 3월 초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가 3~4월로 보도했지만 너무 긴 기간이 남았고,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6월 12일)도 약 한 달 전(5월 10일) 발표돼 이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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