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제 1차 전원회의가 열린 1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사용자 위원으로 참석한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의 악수조차 거부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박 회장은 “뻔뻔하다. 더 말하면 욕이 나올 것 같아 (발언을) 삼가겠다”며 류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근로자 위원들이 사용자 위원들에게 항의했고 양측은 고성을 질렀다. 회의는 오후 1시까지 계속됐지만 결론은 없다시피했다. 이날 회의는 류 위원장 등 공익위원 3명과 근로자 위원 2명, 사용자 위원 2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운영위원회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재논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만 합의하는데 그쳤다.
올해 첫 최저임금위 회의가 노사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노사간의 간극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재논의한다 해도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최저임금위를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공익위원 추천권에 대한 정부 독점을 해소하는 개편안을 내놓고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3월 이후 시작될 내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새 구조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 논의가 길어지면 정부와의 추가 협의까지 더해 입법 시기가 기약없이 늦춰질 수 있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정부는 최저임금위가 가급적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위에 재논의를 요청한 건 노동계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으로 참석한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의 개편안은 노동계와 최저임금위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같은 근로자 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정부 발표 내용은 절차상, 내용상 용납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가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신속한 입법을 요구하며 “재논의는 의미없다”고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개편은 이미 2017년 최저임금위가 한 차례 논의를 했으나 결국 무산했다. 이번에 노사가 재논의를 해서 성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지금은 국회에 신속한 입법을 당부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재계 역시 이번 최저임금 개편안에 불만이 많다. 최저임금위를 이원화해도 구간설정위 성향에 따라 인상률이 올해(10.9%)와 지난 해(16.4%)에 비교해 별반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사용자 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거리로 나오고 영세기업 근로자들이 오히려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개편안 초안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본부장은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가 개편을 추진하는데 최저임금위에서 결정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한다는 게 과연 맞느냐”며 현 개편안의 조속한 추진을 당부했다.
정부는 전문가와 노사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토론회와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최저임금 개편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 안건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최태호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다음 달 국회 입법을 완료하는게 최선”이라며 “만약 4월 이후 입법이 된다면 올해 8월5일인 내년 최저임금 고시일이 11월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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