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하며 한 달째로 향해 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즉각 수용거부 의사를 나타내 셧다운 사태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고 빅딜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자연재해나 내전을 겪은 남미·아프리카 국가 출신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 내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보호지위’(TPS) 갱신 중단 조치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당 모두 이 상식적인 타협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경장벽은 비도덕적이지 않다”며 “급진적인 좌파가 우리 국경을 통제할 수 없으며, 내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대선 후보 때 이 위기를 고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건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2년 도입됐다.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년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드리머’라고 불리는 수혜자가 약 8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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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곧바로 거절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셧다운을 중지하고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깊은 대화를 나누길 기대했다”며 “하지만 그의 제안은 이전에 거부됐던 초안들을 짜깁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드리머 문제에 대한 항구적인 해법도 담고 있지 않다”며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경장벽 건설에 한 푼의 돈도 댈 수 없으며, 다카를 임시로 연장하는 것이 할 게 아니라 계속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통해 많은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대통령은 자기 자신과 국가를 방어할 수 없는 위치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셧다운 사태가 29일째를 맞으며 사상 최장기간을 경신하면서 80만명에 달하는 연방 근로자들이 심각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는 일시 해고되거나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며 “또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퇴직금을 깨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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