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청약 제도를 개편해 무주택자를 위한 ‘내집 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했지만 무주택자의 기준이 시대에 뒤처져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제도를 보면 순수 무주택자 외에도 저가·소형 주택 소유자도 무주택자로 본다. 문제는 주택을 갖고 있지만 무주택으로 간주 되는 기준이 4년 전 그대로다. 또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나 업무용 등 용도에 상관 없이 청약 시 주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논란 거리다. 바뀐 청약제도를 보면 1주택자는 아파트 당첨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이렇다 보니 1주택이지만 무주택으로 간주되는 기준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공시가격 급등하는데 무주택자 분류는 4년 전 기준=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청약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유주택자라도 무주택자로 간주해 무주택자와 같은 청약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크게 보면 저가·소형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포함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전용면적 60㎡ 이하로 공시가격 1억 3,000만 원(수도권 기준·지방은 8,000만 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무주택자로 간주 돼 다른 무주택자와 함께 청약 시 우선적으로 당첨 기회를 부여받는다. 면적과 공시가격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켜야 한다.
이 기준은 지난 2007년 청약가점제를 시행하면서 처음 적용됐다. 이후 지난 12년간 2013년과 2015년 단 두 차례 완화됐다. 현재 공시가격 1억 3,000만 원은 2015년 때 만들어진 기준이다.
공시가격 발표는 매년 이뤄지는 데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집값 급등에 발맞춰 공시가격 현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직장인 B씨는 “요새 1억 3,000만 원 이하 집이 있긴 한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 초고가 오피스텔 보유자도 무주택자 = 현행 청약제도에 따르면 오피스텔 보유자의 경우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청약 시 무주택자로 분류된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꼽힌다. 주택법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닌 주택 외의 건축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면 세법상으로는 주택으로 간주 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세법에서 주택으로 보고 있지만, 청약 관련 법에서는 비 주택으로 보고 있다. 오피스텔 뿐만 아니라 생활형숙박시설에 해당하는 주택 외 건축물의 소유 역시 무주택 자격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무주택자에 기회를 넓혀주겠단 취지는 좋지만 제도를 더욱 꼼꼼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주택자 기준에 대한 비판은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청약제도를 손질하면서 수도권 규제지역 내 추첨제 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1주택자의 경우 1순위로 청약하기 위해서는 입주일로부터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하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 바뀐 새 공급규칙을 보면 무주택자가 아니면 인기 아파트 당첨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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