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에서는 ‘삼달리에 겨울이 오면’ 편이 전파를 탄다.
제주, 검은 해안가를 따라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바다로 향한 외길. 그 길 안쪽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삼달리 ‘해녀 쉼터’, 이곳에서 해녀들은 몸을 녹이고 옷을 갈아입는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지만 환갑, 진갑을 넘겨도 여전히 바다로 가는 해녀들.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성산읍 삼달리 해녀의 겨울을 만나본다.
▲ 91세 최고령 해녀, 현순직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다는 현순직 해녀는 바다일로 자식 셋 공부시키고 장가까지 보냈다. 걷는 것도 불편하고 귀도 들리지 않지만 누가 바다에 오지 말라 할까, 그게 겁난다. “나는 바다가 집이고, 재산이고 나가 평생을 바다에 산 사람이야” 먼 바다는 나가지 못하지만 삼달리 바다 속은 아직도 눈에 훤하다.
▲ 삼달리의 노란 겨울
현순직 해녀를 비롯한 삼달리 해녀들은 11월 한 달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1년 중 가장 바쁜 밀감 수확 철. 해녀들은 자체적으로 금어기를 갖는다. 밀감은 서리 내리기 전, 30일 동안 수확을 마쳐야 한다. 삼달리 곳곳에서는 또각또각 밀감 따는 소리만 들린다. 60년 경력의 송금연(74세) 해녀도 이때는 농부가 된다. 삼달리 곳곳에는 노란 밀감 바구니가 쌓이고, 약재로 쓰일 밀감껍질은 검은 흙 위에 노랗게 뿌려진다.
▲ 겨울 물질보다 힘든 무거운 소라 망태기
관련기사
금어기가 풀리는 12월, 해녀들은 다시 바다로 향하는 외길 끝 ‘해녀 쉼터’로 모인다. 영하 3도, 그러나 해풍에 바위 틈 바닷물이 얼 정도다. 해녀들에게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홑저고리 하나 입고 겨울바다에 뛰어들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추운 것도 아니란다. 추위보다 힘든 것이 80킬로가 넘는 소라 망태기를 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송금연 해녀는 남편이 항상 망태기를 옮겨주러 마중을 나온다. 바다에서 수고한 아내를 위해 노래 한 자락을 곁들여서....
▲ 살림하는 제주 남자, 채금혁
해녀 아내(송금연)를 둔 채금혁(77세)씨는 살림할 줄 아는 남자다. 젊은 시절, 아내가 육지로 물질을 나가면 여섯 아이들을 금혁씨 혼자 돌봤다.덕분에 송금연 씨는 가정 살림에 밑천이 될 돈을 모아올 수 있었고, 금혁씨는 그 돈으로 밀감 나무를 하나씩 사서 심었다. 여섯 아이 키우고 여의다 보니 어느새 할아버지가 돼 있더라는 채금혁씨. “청춘이 없었던 것 같아. 정신없이 살다보니 쭈그렁 할아버지가 돼 있더라고” 채금혁 씨는 삼달리에서 소문난 자상한 남편이다.
▲ 삼총사 해녀의 겨울나기
삼달리의 삼총사는 송금연(74세), 송기생(77세), 최양화(80세) 해녀. 금연 씨가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자매처럼 돌봐주고 위로해주던 동료이자 이웃사촌이다. 삼총사는 해녀 일도 같이 하고 장도 같이 보고 김장도 같이 한다. 나이는 다르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어, 삼총사의 해녀 일은 즐겁기만 하다. 당유자로 차 만들고 함께 김장까지 하면, 삼총사는 한해는 끝이 난다. 바다는 추워도 들어간다. “배운 것이 바다일이라 바다 못 들어가게 될 때까지는 계속 해야지”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