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는 미국 대표단이 불참해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되면서 이달 1일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가장 주목받는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 대두에 따른 다자협력체계 약화를 막기 위한 새 글로벌 협력체계인 ‘세계화4.0’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브라질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주요 정상들이 빠진 이번 행사에서 지난 1일 취임한 후 첫 해외무대에 오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장 신선한 인물로 꼽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2일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연금개혁과 재정균형, 시장개방,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 등 새 정부의 친시장정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한 상황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사례는 2003년 이후 다섯 차례뿐인데다 이번 포럼은 그에게 해외무대 첫 데뷔 자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기간 파리기후협약 탈퇴, 총기 소지 합법화 등을 주장하며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다보스포럼 무대 한가운데에 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총기 소유 합법화 등 포퓰리즘적 발언을 쏟아낸 만큼 포럼에 적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올해 포럼에는 일본과 독일·이탈리아 등 일부 주요7개국(G7) 정상들과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참석할 뿐 서방 주요 정상들이 대거 불참해 시작 전부터 반쪽짜리 행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무역전쟁, 경제 불확실성 등 세계 경제와 관련한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는 자리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로 가득 채워져 정치색깔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NBC는 “기후 문제, 인권과 관련해 보우소나루는 포럼 참석자들로부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포럼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브라질 정부를 소개하는 자기 정치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신들은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같은 인물들의 등장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을 37년 만에 축출하고 지난해 대권을 잡았지만 그 역시 유혈사태와 부정선거를 일으킨 또 다른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데 다보스포럼을 자신의 비론 여론을 각색하려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짐바브웨 매체 ‘불라와요24’는 음낭가과 대통령의 포럼 참가 비용이 2,500만달러에 달한다면서 그가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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