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신선한 소재로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릴 것 같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결국 시청자의 기대만 무너뜨리고 말았다. 최악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연출 안길호)은 끝내 현빈과 박신혜의 고군분투, 비주얼을 제대로 살린 연출에 대한 호평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시청률이 10%에 육박할 만큼 주목도는 높았으나 이는 작품의 완성도와 큰 관련이 없었다.
시작부터 AR 게임을 소재로 한 만큼 독창적인 콘셉트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해내냐는 것이 관건이었다. 눈에 끼운 렌즈로 로그인해 자연스럽게 무기를 바꾸고, 레벨을 올리고, 전투를 수행하는 과정은 게임중계를 보는 듯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를 보고있지만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초반만 해도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기발한 영상과 스토리의 힘은 얼마 가지 못했다. 과거 회상이 반복됐고, 이야기는 신속하게 나아가지 못했다. 최근 드라마 시장의 트렌드가 쉽고 빠른 전개임을 감안했을 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이야기구조는 정 반대였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난감해했고, 지지부진한 전개에 지쳐버렸다.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더욱 지지부진해졌다. 시청자들은 “고구마만 먹이냐”는 말부터 “10분짜리 내용을 1시간 반으로 늘려놨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이 불만은 “현빈과 박신혜 보는 재미로 본다”를 거쳐 “마지막회 촬영중 현빈이 도망가 실루엣만 찍은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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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작가가 던진 떡밥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의 비판은 쏟아지고 있다. 살아있는 유진우(현빈)가 왜 버그로 인식됐는지, 게임에서 삭제된 이후 왜 현실세계에서도 사라졌는지, 인던에 있다는 그가 어떻게 흥인지문 옆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을 돕는지 등 현빈의 캐릭터 외에도 수많은 의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반 몇 주만 해도 ‘화룡점정’을 찍을 줄 알았던 신세계를 열었던 작품은 끝내 늘어놓은 떡밥(힌트)조차 제대로 연결시켜 해결하지 못하고 급하게 끝맺고 말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결말, 송재정 작가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작품의 인기 때문은 아니다. 도대체 이 작품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진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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