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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잡자고 정부가 공시가격 개입 옳은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최소한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인상과 기초연금 탈락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마련하겠지만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주택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되는 공시지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공시가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한두 번 제기된 것이 아니다. 문제는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냐는 점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생명처럼 아끼는 정부가 아닌가. 김 실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의 이유 중 하나로 초고가 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30%대에 머무르고 있어 공동주택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부자 증세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택시장에는 실제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거래 신고가가 있지만 거래되는 주택은 몇 채 되지 않고 그나마도 위치와 층에 따라 제각각이라 대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조사 과정부터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유무형의 ‘힘’을 보태면 제대로 된 가격이 나오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야당에서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정부 개입을 막는 법안까지 발의했을까.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정부의 입맛대로 공시지가를 뜯어고치려 하는 것은 투명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6개 구청이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으로 세금 폭탄이 우려된다며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한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공시지가는 현실을 반영해야지 정책 목표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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