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부자들이 참석하면서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WEF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한 헌신’을 강조하지만 정작 단골로 참석하는 억만장자들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무너진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부를 거머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모임은 ‘부자들만의 공허한 잔치’임을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억만장자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며 “세계 엘리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산이 더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주요 인사 12명의 자산이 지난 10년간 총 1,750억달러(약 197조원) 치솟았다. 오픈소사이어티재단에 180억달러를 기부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을 제외한 11명의 재산이 모두 수십억달러씩 늘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자산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1,853%로 다보스포럼 주요 참석 인사 중 가장 높았다. 뒤이어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823%)와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486%),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472%) 등의 순으로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 블룸버그는 “금융위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등 지난 10년간 경제적·정치적 혼란을 감안하면 이들의 자산이 증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기록적인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프로그램이 주식과 기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이들의 자산을 증식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가계 중위 자산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는 세계 경제에서 상위 0.1%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BS와 PwC의 억만장자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2009년 3조4,000억달러(약 3,817조원)에서 2017년 8조9,000억달러(약 9,990조원)로 배가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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