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강남에서 ‘20억 클럽’, 강북에서 ‘10억 클럽’을 이탈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용 84㎡의 집값이 지난해 9월 만해도 강남권에서는 20억 원, 강남 외 지역에서는 10억 원을 뛰어넘는 단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인기 단지 아파트 값이 추락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84㎡는 지난해 9월 22억 3,000만 원까지 상승했지만 11월에 19억 8,000만 원에 실거래 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 97㎡도 20억 5,000만 원에서 올초 17억 5,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대치동 도곡랙슬 전용 84㎡ 역시 지난해 최고가 21억 4,000만 원에서 현재 호가는 19억 원까지 내려갔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19억 원이면 지난해 여름엔 계약하겠다고 대기표를 받을 가격”이라며 “요즘은 전월세 계약도 쉽지 않아 차라리 조금 내린 가격에 매매하려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더 심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 84㎡가 지난해 9월 20억 5,000만 원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 17억 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전용 82㎡도 9월 20억 4,8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세 달 넘게 거래가 끊긴 가운데 현재 호가 평균은 18억 5,000만 원 수준이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최고가 대비 2억 원 넘게 떨어졌지만 아직 매수인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매가 10억 원을 넘기며 고가 아파트 대열에 합류했던 비 강남 아파트도 가격이 한 자릿수로 되돌아갔다. 실제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리가 전용 84㎡는 지난해 최고가(10억 8,000만 원)에서 2억 원 넘게 떨어진 8억 7,000만 원에,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도 최고가(11억 2,500만 원)에서 올 초 9억 1,500만 원까지 떨어져 10억 원 선이 무너졌다. 전용 59㎡도 10억 원을 넘겼던 마·용·성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전용 59㎡의 경우 최근 9억 4,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강남 ‘20억 클럽’, 강북 ‘10억 클럽’ 이탈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거란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규제로 인해 갭 투자가 사라지면서 고가 아파트일수록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공시가격 충격까지 더해져 매수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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