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3위 바레인에 진땀승을 거둔 한국 축구가 이번 대회 4전 전승 무실점의 카타르를 만난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5일 오후10시(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8강전을 치른다. FIFA랭킹 53위 한국은 93위 카타르와의 역대 전적에서 5승2무2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 2017년 6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도하 원정에서는 기성용(뉴캐슬), 황희찬(함부르크)의 득점에도 2대3으로 졌다.
카타르는 과거 10년간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 감독을 지낸 44세의 젊은 감독 펠릭스 산체스(스페인)가 2017년 7월부터 이끌고 있다. 카타르 19세·20세·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거친 산체스 감독은 지난해 에콰도르전 4대3, 스위스전 1대0 승리를 지휘하며 카타르에 2022년 월드컵 개최지에 걸맞은 기량을 빠르게 입혀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전 6대0 등 4경기 11득점 무실점의 탄탄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이달 평가전에서 한국과 0대0으로 비겼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카타르는 2대0으로 격파했다. 16강에서는 이라크를 1대0으로 꺾었다.
미드필더 아심 마디보와 측면 압델카림 하산의 경고누적 결장은 한국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바레인전에서 노출한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23일 끝난 16강 바레인전에서 연장 끝에 2대1로 이겼다. 전반 43분 황희찬의 선제골 뒤 후반 32분 동점골을 내줬으나 연장 전반 추가시간 김진수(전북)의 결승골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레인은 볼 점유율을 양보하는 대신 수비 라인을 내려 중앙을 단단하게 지켰다. 이 때문에 한국의 공격은 볼 점유율 70%로 주도권을 잡고도 비교적 확률이 낮은 측면에 치우쳤다. 양 풀백을 중심으로 한 측면 크로스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문전의 동료에게 좀처럼 연결되지 않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오른쪽 풀백 이용(전북)의 크로스가 왼쪽 풀백 김진수의 헤딩 결승골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크로스는 대부분 부정확했다. 바레인은 한국의 공격을 끊으며 빠른 역습 대신 신중한 패스 플레이로 기회를 노리면서 조바심을 부추겼다.
부임 후 11경기 무패 행진(7승4무)을 이어간 벤투 감독의 전술은 시험대에 올랐다. 2경기 연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손흥민 카드가 잘 준비된 상대에 막혀 이전 경기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손흥민의 전진 배치나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의 빠른 투입, 오른쪽 풀백 김문환(부산) 활용 등 옵션이 부족한 것만은 아니다. 조별리그 3차전에도 기용되지 않자 물병을 차 논란이 됐던 이승우는 후반 43분 황인범(대전)의 교체 카드로 들어가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렀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전을 돌아보며 “연계도 좋지 않았고 쉬운 패스도 자주 끊겼다. 점유율 축구를 펼치는 상황에서 이런 실수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어렵게 경기했다”며 “잘 휴식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만 한다”고 했다.
한국은 단 이틀 휴식 뒤 8강에 나선다. 카타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처럼 120분 혈투가 아닌 90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카타르의 최대 경계 대상은 7골 득점 선두 알모에즈 알리(알두하일)다. 카타르리그 남태희의 팀 동료이기도 한 알리는 수단 태생으로 카타르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A매치 31경기 17골을 기록 중이다. 조별리그 북한전에서 4골을 몰아넣었다. 알리는 1골만 더 보태면 아시안컵 단일 대회 최다골 타이기록(이란의 알리 다에이)을 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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