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허위 보도로 인해 손자가 아직도 할아버지가 비타500을 좋아하는 것으로 얘기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23일 이 전 총리가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돈이 든 ‘비타500’ 상자를 놓고 왔다는 지난 2015년 해당 언론사 보도는 허구라며 지난해 4월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직을 사임하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한 사람의 인간이자 정치인으로서 주체하기 힘든 아픔을 안고 이 땅에 더는 정치검찰이 있어선 안 된다는 일념하에서 감히 이 자리에 섰다”며 준비해온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당시 기사를 실물화상기에 띄운 뒤 “경향신문 보도를 계기로 2,000여개의 기사가 보도됐다”며 “당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은 국무총리가 비타500 박스로 돈을 받았구나 믿게 됐고, 초등학교 1학년인 저의 손자도 TV를 보고 영문도 모른 채 지금까지도 할아버지는 비타500을 좋아하는 것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거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어디에도 문제의 비타500을 언급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분노케 했다”며 “한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 전 총리는 “경향신문은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작위적이고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은 비타500을 1면 톱기사로 국민이 믿게 보도했다”며 “이것이 허위 보도가 아니라면 무엇이 허위 보도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란 미명 하에 한계를 넘어 또 다른 기본적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피해가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 용인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국가, 사회, 국민을 지키겠느냐”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한편 경향신문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로 인한 명예훼손을 다투는 것이 아니다”면서 “비타500 박스란 자체로 명예훼손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의 알 권리 사안은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 대리인은 “국민 관심이 높아지자 기사의 신빙성에 대해 추가 보도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취재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타500이란 구체화한 말을 적시해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켜야겠다고 한 것”이라며 “단지 비타500만 떼어 명예훼손이냐고 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완종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내달 15일 선고할 예정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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