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 문의는 지난해보다 70% 줄었고요, 거래는 지난해 6월부터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나가고 싶어도 권리금을 줄 새로운 세입자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영업하는 가게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종로 A공인중개사)
오피스와 더불어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 상품인 상가 역시 늘어나는 공실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부담까지 늘어나자 자영업 창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서울 핵심 상권에서 권리금이 없는 무권리금 점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의 핵심 상권인 종로와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등지를 돌아본 결과 임대 딱지가 붙은 상가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종로의 경우 대로변에 1층부터 꼭대기까지 텅 빈 상가도 눈에 띄었다. 종각역 사거리와 가깝고 청계천과 면한 코너에 있는 5층짜리 건물과 6층짜리 건물은 나란히 세입자가 하나도 없는 ‘통 공실’이다. 공실인 채로 상당 기간 방치된 한 건물 내부에는 노숙인들이 박스를 깔고 추위를 피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종로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에는 임차 문의가 한 달에 20명 정도 왔다면 지금은 많아야 5~7명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가 얼어붙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급감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기 있는 많은 가게들이 권리금이 반 토막 났다”며 “가게가 나가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제일 오래 기다린 가게는 2년 반 넘도록 가게가 안 나가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거리로 명성을 날리던 청담동 역시 1년째 비어 있는 상가가 즐비하다. 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 한 동은 통째로 비어 있고 에스까다 등 명품이 자리했던 가게도 공실 상태다. 월세를 2,000만~3,000만원가량 낮춘 물건도 있지만 주인 찾기는 쉽지 않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수요자가 있으면 가격 조정이라도 해볼 텐데 찾는 사람이 아예 없다”며 “안쪽에 몇몇 가게를 제외하면 장사가 잘 안 돼서 임대료 조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재계약 때면 월세의 10~20% 정도는 내려줘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 메인 도로 약 680m를 걷는 동안 공실 점포 12곳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봄에 비해 빈 가게가 더 늘었다. 신사동은 지난해 가격이 크게 떨어진 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메인 거리는 건물주들이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어 공실 해소가 잘 안 된다”며 “2017년 세로수길은 권리금을 1억5,000만원씩 불렀는데 지난해부터는 1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현재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증가로 상가를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감소 추세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2만7,822건으로 전월(2만9,619건) 대비 6% 감소했다. 전년 동기(3만7,135건)와 비교하면 무려 25% 줄어든 수치다. /박윤선·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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