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근로통계 조사가 15년간이나 잘못된 방법으로 이뤄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 성과가 잘못된 통계수치로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평가 절하됨에 따라 올해 10월 소비세 증세를 포함해 경제정책에 집중할 계획이었던 아베 총리는 향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중의원과 참의원의 후생노동위원회의 폐회 중 심사에선 이번 ‘근로통계 부정’ 파문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근로통계 조사 대상에는 종업원 500인 이상의 사업소 전체가 포함되는데, 2004년부터 도쿄도 내의 500인 이상의 사업소 중 3분의 1 정도만 조사해 온 것이 최근 드러나며 문제가 됐다. 야당은 폐회 중 심사에서 아베노믹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여당도 추가 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야당은 4월 통일지방 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번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지난해 6월의 노동통계에서 발표된 임금인상률을 집중 공격했다. 발표 당시 일본 정부는 결과를 전년과 비교해 3.3% 증가해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뒤 후생노동성은 조사자료를 수정해 증가 폭을 2.8%로 내렸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야마노이 가즈노리 중의원 의원은 “임금 증가율을 실제보다 부풀려 위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야당인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 의원도 “아베노믹스는 기만”이라며 부풀려진 결과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인 기간 통계 22개가 부적절하게 처리된 사실도 드러났다. 기간 통계는 국가의 공적 통계 가운데 특별히 공공성이 높아 중요한 통계로,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근거가 된다. 기간 통계는 그 조사방법과 대상, 항목 등을 변경할 때에는 총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총무성은 기간 통계 중 하나인 근로통계 조사가 15년간 잘못된 방법으로 시행된 것이 밝혀지자 기간 통계 56개 전체를 점검했다. 그 결과, 7개 부처가 소관하는 22개(약 40%)에서 총무상의 승인 없이 조사방법을 변경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점이 전날 밝혀졌다. 또 점검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22개 통계 중 21개는 통계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국토교통성의 ‘건설공사통계’는 일부 사업자가 시공액 등을 잘못 기재한 것으로 나타나 국토교통성이 총무상 승인 없이 2017년도 시공액을 기존 15조2,000억엔(약 156조원)에서 13조6,000억엔(139조원)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또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 재무성의 법인기업통계, 문부과학성의 학교교원통계 등은 일부가 집계 또는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무성 측은 “근로통계 문제처럼 중대한 사안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허술한 통계 처리가 재차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문제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해외 투자가가 일본의 통계를 신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민간 경제연구소 소속 이코노미스트의 우려를 전했다. 총무성은 향후 일반 통계 233개에 대해서도 점검작업을 벌이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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