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후로 일어난 소요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26명으로 늘었다고 엘 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이 인권단체를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민간 인권단체인 사회갈등관측소(OVCS)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수도 카라카스에서 18세 남성이 총격으로 숨지는 등 현재까지 2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OVCS는 “대부분의 사망자는 19세에서 47세 남성”이라면서 “희생자들은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시위에 참여했지만 군과 친정부 민병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OVCS는 “이날 오전까지의 사망자가 16명”이라며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군경의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인권단체인 포로 페날은 전날 하루에만 175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 첫 임기 시절인 2017년 4∼7월 사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125명이 숨진 이래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발생한 첫 유혈사태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전날 반정부 시위는 해가 지면서 대부분 끝났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과 건물에 방화가 일어나는 등 혼란은 밤새 이어졌다. 군경은 일부 지역에서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한편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대중 봉기로 무너진 날이다.
반정부 시위에 앞서 지난 21일 군인 27명이 일으킨 소규모 반란이 진압된 이후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반란을 지지하기 위해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에 앞서 야권 지지자들과 친정부 지지자들 간의 충돌과 약탈로 초래된 혼란 속에 이틀간 13명이 숨졌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전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지지자들에게 ‘권력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과도정부의 수반으로서 군부의 지원 아래 공정한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위기와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상황이다. 마두로는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퇴진을 요구해왔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3개국도 작년 대선을 공정하지 못한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마두로를 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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