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북한 내 지식재산권 등록이 한국 기업에만 여전히 원천봉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최근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우호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북한은 내부적으로 한국을 여전히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통일부와 특허법인 우인의 최성우 대표변리사,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남북이 교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20여 년간 한국 기업이 국제출원해 북한에서 획득한 상표 또는 특허권은 전무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 때인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로 좁혀봐도 58건의 상표출원 건수 모두가 거절·취하되거나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삼성·LG(003550)·SK(034730)·GS(078930) 등 국내 유수 대기업의 브랜드를 비롯해 ‘강남스타일’ 같은 상표도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한 지금까지도 한국인이나 남한 기업의 북한 내 지재권 등록 건수는 전혀 없다.
표면적인 이유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이다. 특허권은 북한 발명총국에, 상표권은 북한 상표 및 공업도안처에 각각 등록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이 북한에 지급하는 등록료·신청료 등도 제재 대상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을 향한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라는 게 대다수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금까지 채택한 대북 제재 관련 어떤 결의에도 지재권 교류를 직접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재권 교류는 예외 조항이어서 영국·독일 등 상당수 서방 국가는 물론, 심지어 미국까지 북한에 1,400여 개 상표권과 50개 이상의 특허권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것을 근본 원인으로 분석했다. 북한 상표법 제21조 10항에 ‘북한을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나 지역에서 등록을 신청한 표식’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게 한다. 그 대상은 한국과 일본만 해당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같은 법 제44조에는 상표 없이는 북한에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수출·입할 수 없게 막고 있어 남북 경협이 재개되더라도 지재권 미등록 문제가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특허권의 경우 북한 발명법에 비우호적 국가에 대한 규제가 명시돼 있지 않는데도 한국인 단독 출원은 물론 북한 사람과의 공동 출원도 불허한다. 원칙적으로는 남북이 모두 가입돼 있는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해 상호 출원이 가능하지만 한국인이 참여한 해외 합자회사 명의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국 리스트에서 지운 것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제재를 풀어 달라고 각국에 호소하고 다니는 한국만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로 정의하는 셈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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