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오 전 시장만의 강점은 ‘젊은 이미지’다. 60세를 훌쩍 넘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58세)에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쌓아온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가 한국당이 주창하는 ‘개혁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과 젊은 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오 전 시장은 한국당이 개혁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小)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장을 5년간 역임하면서 쌓아온 행정경험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무리하게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진보진영의 박원순 현 시장에게 시장직을 넘겨줬다는 ‘원죄’는 오 전 시장의 정치적 족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한 전력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오 전 시장의 과거 행보가 당의 분열에 일조했다고 보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또 여의도 정치경험이 짧다는 점 역시 약점으로 지목된다. 한국당 차기 사령탑의 최대 과제는 2020년 총선 승리다. 그러나 16대 국회 초선의원으로 활동한 게 여의도 정치경험의 전부인 오 전 시장이 강력한 투쟁력으로 대여 공세의 최전선에 나설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계파색이 옅어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최근까지도 ‘친박(박근혜계)-비박’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한국당으로서는 특정 계파의 후보가 차기 지도부로 선출될 경우 계파 갈등이 재연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전 시장도 “계파에 의존해 전당대회를 치를 생각이 없다. 탈계파적인 입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보수 대통합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당이 ‘홍준표 체제’를 거치며 굳어진 막말 정당 이미지에서 탈피해 ‘품격 있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보수층의 기대감도 오 전 시장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오 전 시장에게 다소 불리하게 구성된 책임당원 구조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당 대표 선출권을 가진 책임당원의 절반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상대적으로 오 전 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영남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 오 전 시장은 2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대구 서문시장을 잇따라 찾으며 ‘TK 표심 잡기’에 나섰다. 8년간의 정치 공백으로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오 전 시장으로서는 황 전 총리나 홍 전 대표 등 존재감이 뚜렷한 거물급 정치인들과의 경쟁이 버거울 수도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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