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고용 절벽으로 절망하는 고졸 예비 취업자에게는 눈에 확 띄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존립까지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화고 취업률은 현장실습 금지 등의 여파로 1년 동안 무려 10%포인트 급락했다. 정원 미달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직업계 고교가 처한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뒤늦게라도 개선책을 찾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입시 과열을 막고 대학구조조정도 촉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졸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대학과 전문대를 졸업한 예비 취업자들은 역차별이라며 형평성 시비를 제기하고 있다. 대졸과 고졸 사이에 낀 전문대 졸업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청와대 청원 형태로 대거 표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확대 방안은 분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제도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전환해 놓고서 별도의 고졸 전형을 두는 것 자체부터 모순이다. 이미 지역 인재를 30%를 뽑는 상황에서 고졸 채용 할당제까지 도입하면 수도권 대졸자는 이중의 역차별을 받게 된다. 대졸 역시 취업 대란에 처한 상황은 마찬가지인데도 특정 영역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추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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