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 논란을 두고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28일 오전 국회에서 있었던 비상대책위원회의 공개 발언 중에도 참석자들 끼리 해당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며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갈등의 불씨를 붙인 건 정현호 비대위원이다. 정 위원은 이날 비대위 공개 발언 중 “최소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야만 책임당원”이라 운을 떼며 “당헌·당규의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유력 인사를 영입했다고 해서 책임당원 규정에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유력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당헌·당규의 예외를 인정받는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은 “한국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당원들은 당헌·당규의 내용에 따라 선택범위가 제한된다. 하지만 기성 정치인이나 유력자에게는 당헌·당규가 관대하다”며 “우리 당은 법치주의를 중시한다. 그런 법치주의 정신으로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어떤 후보에도 예외적인 적인 적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발생하는 권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무를 다한 사람만이 피선거권을 갖는데 예외가 있다면 그것이 공정한 선거인가”라 지적했다.
정 위원의 발언에 비대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비대위원들은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정 위원의 ‘깜짝 발언’에 반기를 들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충정에서 하신 말씀일 텐데 이런 이야기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토의를 하고 나서 그 이후에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정 위원을 저지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전당대회 관련해서 선거관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두 결정하게 됐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우리가 예단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급기야는 김병준 위원장이 “이 문제는 그만 하시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헌·당규를 가볍게 여기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형식주의적 논리로 치부해야 한다는 얘기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당헌·당규의 법리 해석에 의견이 나뉘는데 그 부분은 법리로서 따질 문제이지 가치 논쟁할 부분이 아닌 것으로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나 유권해석의 권한을 가진 상임전국위, 비대위가 여러모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입당해 아직 책임당원이 되지 못한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자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말을 아껴야 하는데 당 선관위에서 편파적인 얘기가 먼저 나와버려서 논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일부 후보자로부터 강력한 항의가 있으니 선관위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