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격으로 컵 대회 연속 탈락. ‘데스크’ 없는 토트넘은 무기력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사우스노우드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토트넘-크리스털 팰리스전. 토트넘은 해리 케인, 손흥민, 델리 알리 대신 페르난도 요렌테와 조르주 케빈 은쿠두, 루카스 모라로 공격진을 짰다. 케인과 알리는 부상에 신음하고 있고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치른 뒤 이제 막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돌아왔다. 토트넘은 이 경기 뒤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일정이 빡빡한 터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까지 빼고 요렌테 등 3인방을 믿어봤다.
그러나 ‘DESK’ 라인(델리 알리, 에릭센, 손흥민, 케인)이 모두 빠진 토트넘은 EPL 14위 팀에 0대2로 완패할 만큼 별 볼 일 없었다. 전반 9분 만에 코너 위컴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34분에는 과거 토트넘 소속이던 앤드로스 타운센드에게 페널티킥 추가골을 허용했다. 볼 점유율 72%에 슈팅 수 19개(팰리스는 8개)로 경기를 주도하고도 번번이 마무리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교체 카드 에릭 라멜라도 효과가 없었고 키어런 트리피어는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지난 25일 리그컵(카라바오컵) 준결승에서 첼시에 결승 티켓을 내줬던 토트넘은 사흘 만에 FA컵에서마저 탈락했다. 무득점 경기가 올 시즌 세 번째인 토트넘은 최근 4경기 3패로 흔들리고 있다. 컵 대회 연속 탈락으로 토트넘은 올 시즌을 우승 트로피 없이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EPL에서는 3위(17승6패·승점 51)를 달리고 있지만 선두 리버풀,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격차가 각각 9점, 5점이라 뒤집기가 쉽지 않고 챔스에서는 16강에 올라있지만 16강 상대가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 도르트문트다. 올 시즌 전력 상승이 뚜렷한 도르트문트는 거함 바이에른 뮌헨에 6점 차로 앞서있다.
어떤 면에서 토트넘 선수단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남은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이제 EPL과 챔스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뒤 컨디션 회복이 걱정인 손흥민도 무리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우리의 EPL 우승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리버풀, 맨시티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라며 “돌아온 손흥민은 트레이닝 룸에서 인사했다. 아주 힘든 3경기를 뛰고 온 때문인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 31일 경기에는 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득점 공동 12위(8골)의 손흥민은 31일 오전5시 EPL 왓퍼드전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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