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또 미뤄졌다.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안건 처리를 하지 못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집행부가 제출한 경사노위 참여 안건과 3건의 수정안이 제출됐으나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고, 원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김명환 위원장은 자정 무렵 “새로운 2019년도 사업계획을 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수정안은 경사노위 불참, 조건부 불참, 조건부 참여 등 3개 안으로 구성됐다. 다만 ‘경사노위에 참여하되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을 강행하면 즉시 탈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참여안을 놓고 토론하던 중 김 위원장이 조건부 참여안이 가결될 경우 원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한 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조건부 참여안이 부결되고 원안에 관한 찬반 토론에 들어가자 일부 대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원안을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회 선언을 하고 지도부 논의를 거쳐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짜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전체 대의원 1,273명(사고자 3명) 중 977명 참석으로 개회해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때때로 고성과 야유가 오가기도 했으나 토론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질서정연하게 이뤄졌다. 한때 대의원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1,046명에 달하기도 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시급한 개혁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우(右) 클릭’ 행보를 우려하며 민주노총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민주노총이 이번에도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경사노위가 ‘완전체’를 이루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경사노위가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 또한 무게감을 잃는 것이 불가피하다. 민주노총과 함께 양대 노총을 이루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경사노위가 주요 의제에 관해 사회적 대화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민주노총이 이에 반대하며 장외 투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민주노총은 2월 총력투쟁, 4월 총력투쟁, 6월 말 총파업·총력투쟁, 11∼12월 사회적 총파업·총력투쟁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 추진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대화로 조율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지만, 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두 번이나 대의원대회에 부쳤는데도 결론을 끌어내지 못한 김명환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다. 민주노총은 작년 10월에도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정족수 미달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도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 원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하자 경사노위 참여에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일부 대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대놓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이런 X판은 처음 본다’, ‘참담한 현실’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 위원장은 “질서 있는 토론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대의원의 의지는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편향적인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인 이상, 이후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으로 반영해가겠다”고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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