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을 상대로 자산동결과 송금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출을 위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마두로 정권의 비자금 창구를 원천 봉쇄해 경제의 숨통을 조이면서 권력기반인 군부도 동시에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PDVSA의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또 PDVSA의 미국 내 자회사 ‘시트고’의 수익도 마두로 정권의 접근이 차단된 미 계좌에 보관된다. 므누신 장관은 “모든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압박에 나서겠다”며 미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나 민주적으로 선출될 정부에 신속히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 제재를 완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외화 확보와 수입의 핵심 원천인 석유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마두로 정권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빚을 상환하는 대신 원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수출되는 선적분이 실질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제재로 베네수엘라가 내년에 110억달러(약 12조3,000억원) 이상의 수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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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 같은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지지를 받는 과이도 의장은 성명을 통해 PDVSA와 시트고의 새로운 이사회 인선 작업에 착수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히는 등 과도정부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권력 강탈자(마두로 대통령)와 그 일당이 물러나는 과정에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마두로 정권의 돈줄 봉쇄가 본격화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군부의 이탈을 촉발해 마두로 정권 붕괴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충성을 얻기 위해 군 고위인사를 석유산업의 요직에 앉혀왔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수집한 정보 분석 결과 베네수엘라 군부는 절망적인 경제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군부가 (과이도 의장의) 과도정부를 지지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5,000명의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미국이 숨통을 조여오자 마두로 대통령은 즉각 국영 TV방송 연설에서 미국의 제재를 ‘범죄적’이라고 비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또 모든 법적·정치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방어할 것이라고 맞섰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도 트위터를 통한 성명에서 “조국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반정부시위대를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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