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안목에서 기술발전을 위한 국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거창한 계획들이 제시되곤 했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내는 데만 집중하느라 장기 플랜은 뒷순위로 밀려나거나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그 사이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우리 경쟁국들은 20~30년 후를 내다보는 로드맵을 갖고 기술진보를 이뤄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0년부터 로봇산업 로드맵을 짜는 등 차세대 신산업을 선도할 장기계획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제조 2025’ ‘일대일로’ 등 긴 호흡의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의 장기 로드맵은 미국이 경계할 정도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권마다 단기 공약에 집착하다 보니 10년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임기 내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하다. 어느 분야보다 장기적 접근이 필수적인 연구개발(R&D) 분야도 정부 주도로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 선진국이 이미 진행한 연구들을 재현하거나 실패 가능성이 작은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우리가 기존 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전기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오죽하면 기업인들 사이에서 “차라리 중국의 장기 로드맵을 보고 따라 하는 게 낫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겠는가. 지금처럼 근시안적인 전략이 반복되면 한국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정부는 정권을 뛰어넘는 긴 호흡으로 기술발전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학한림원 회장단의 고언을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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