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천착한 정부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29일 종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토론회 기조연설자로 나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방지해야 집 없는 사람의 구매력이 살고 지출로 이어지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거의 막혔다”며 “국지적이지만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았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놓치는 ‘실기’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보유세 문제) △대기업 수탈 근절(재벌 개혁) △복지강화(증세 문제)를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이와 관련, “대기업에 수탈당한 중소기업이 빈사 상태여서 소득주도성장 연결고리를 못하고 있으며 복지가 너무 약하고 저소득층이 돈이 없어 못 쓰니 소득주도성장을 일으킬 매개 수단 역할을 못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이 이사장은 “불로소득이 몇 억원씩 발생하면 혁신성장하는 데 한눈을 판다”며 “부동산 한탕이 낫겠다고 하니 실험실에 앉아 혁신하는 사람은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불로소득이 설치면 혁신이 죽는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다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구태여 가르고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다”며 “두 개의 엔진으로 나는 게 한 개의 엔진보다 훨씬 빨리 뜬다”고 밝혔다. 서민과 중소기업 경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핵심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고 혁신성장과의 병행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이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에 대해 “15년을 기다려왔는데 또다시 15년을 기다려야 하나요”라며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정권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라며 “어제가 (노동계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거 같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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