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 반도체업체 푸젠진화반도체가 폐업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정보기술(IT) 전문업체 ‘실리콘 UK’에 따르면 푸젠진화는 작년 10월 취해진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수주 내에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푸젠진화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이자 국가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실현할 핵심기업 가운데 하나로 기대를 받던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급률을 최소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2016년 2월 56억 달러(약 6조2,500억원)를 쏟아부어 푸젠진화의 창립을 지원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푸젠진화가 미국 군사용 반도체 공급업체의 생존에 위협이라며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부품 수출과 기술이전을 사실상 금지했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푸젠진화가 미국 기술을 토대로 성장한다고 주장했으나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어 작년 11월 푸젠진화가 대만 반도체업체 UMC를 통해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지식재산을 빼돌리려고 음모를 꾸몄다며 푸젠진화를 기소했다. 푸젠진화는 마이크론의 하청업체인 UMC와 공조해 서버에 쓰는 D램 반도체의 생산 규모를 늘리려고 노력해왔다.
미 정부의 제재 직후 UMC는 푸젠진화와의 제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UMC가 푸젠진화와 함께해온 D램 개발팀을 해산함에 따라 푸젠진화는 D램 생산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젠진화에 파견된 UMC 소속 기술자 300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이미 대만으로 복귀했으며 푸젠진화는 수입부품이 바닥나 오는 3월까지 생산이 중단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같은 푸젠진화의 상황에 이날 미 법무부로부터 기소된 화웨이가 주목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지식재산권 침해 음모, 미국의 이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은행을 속인 금융사기 혐의 등으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화웨이는 중국이 세계 정상을 노리는 차세대 모바일 기술 5G를 선도하는 업체로서 푸젠진화만큼이나 ‘기술 굴기의 선봉’으로서 미국의 경계를 사고 있다.
실리콘 UK는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의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치르는 광의의 무역전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 일부에서는 미국의 조치가 화웨이와 ZTE 같은 기업이 통신장비 제조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처럼 중국이 반도체 부문에서도 글로벌 강호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ZTE는 대북,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작년 4월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미국 상무부 제재를 받았다가 부품공급 중단으로 폐업 직전까지 간 바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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