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당대회는 ‘홍준표 재신임’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달 27일에 열릴 한국당 전대를 이렇게 규정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독자 행보를 이어온 홍 전 대표는 최근 보수 텃밭을 돌며 당심을 공략하는 한편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쓴소리를 날리며 대표 도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오는 30일 자신의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에서 전대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정치 경험과 여기서 나온 전투력이다. 4선 의원 출신의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와 당 대표·원내대표, 대선 후보 등 굵직한 역할을 두루 거치며 보수 진영의 대표 인물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보수 싱크탱크인 ‘프리덤코리아’와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TV’를 통해 진영 안팎으로 대중성도 확장하고 있다. 특유의 직설화법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분명한 메시지’로 매번 화제를 낳으며 그만의 전투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런 화법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꼽힌다. ‘막말’ ‘싸움꾼’이라는 수식어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세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해 당시 홍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 등 과격한 언행이 부채질했다는 당내 평가도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라는 사실은 홍 전 대표에게 기회다. 그간 거침없고 선명한 언행으로 보여준 투쟁력은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대여 공세 수위를 바짝 올려야 하는 한국당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외부 수혈’된 인사들이 경쟁자라는 점도 한국당이 홈그라운드인 홍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을 두고 ‘당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의 로열티는 플러스 요인인 셈이다. 이 밖에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도층의 표심을 결집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가 검증된 카드’라는 낙인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미 당내에서는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홍 전 대표를 차기 지도부에 다시 세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기반 및 조직이 당 대표 시절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 사퇴 후 약 7개월간 당을 떠나 있었던 만큼 기존 기반이 많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친박(친박근혜)’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때 이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던 홍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주희·양지윤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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