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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덤' 김은희 작가 "배고픈 좀비로 조선 민초의 아픔 표현했죠"

"인육 먹으려 달려드는 좀비 통해

최악 직면한 인간의 본모습 묘사"

김은희 작가/사진제공=넷플릭스




올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은 단연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이다. ‘조선 시대 좀비물’이라는 신선함에 탄탄한 서사와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온도에 민감하다는 특징을 가진 ‘킹덤’만의 특별한 좀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킹덤’의 세계관은 ‘시그널(2016)’ ‘유령(2012)’ ‘싸인(2011)’ 등 TV 드라마 장르극을 써온 인기 작가 김은희(47·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조선 시대만의 특별한 좀비를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외국 좀비들의 다양한 설정이 많지만 우리만의, ‘킹덤’만의 좀비를 창조해보려고 생각했다”며 “기획 당시 조선의 시대적 단면에서 좀비의 특징을 더 가져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권력에 대한 탐욕, 민초의 배고픔 등을 좀비를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식욕만 남아버린 좀비의 슬픔과 배고픔을 조선 시대로 가지고 온다면 기득권층의 부당한 대우로 인한 민초들의 아픔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작가는 “좀비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을 먹겠다고 달려드는 좀비들로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본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처음 ‘킹덤’을 기획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장면은 입은 옷은 다 다르지만 한데 뒤엉켜 있는 좀비들의 모습이었다. 왕부터 신하, 양반, 백정, 모든 계층이 좀비가 되면 모두 평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5일 공개된 ‘킹덤’은 1회부터 사람의 목이 잘리거나 굶주린 민초들이 인육을 먹는 등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등장했다. 국내 지상파나 케이블에서는 신체 절단 장면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이 정도 수위를 담기에는 넷플릭스가 최적의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매번 16부작을 하다가 6부작은 처음이라 리듬이나 템포 면에서 완전히 다른 형태에 맞춰야 했어요. 회당 러닝타임이나 전체 분량에서 템포가 안 맞는다 보니까 기승전결을 다시 짰고 엔딩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김 작가는 쉼 없이 책을 읽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자신을 단련해나간다고 했다. 그는 “작업실·집·머리맡 등 손 닿는 곳마다 책을 뒀다”며 “‘시그널’을 할 때는 ‘시그널’에 맞는 자료 조사가 필요하고 ‘킹덤’을 할 때는 킹덤에 맞는 자료조사가 필요한 만큼 그 안에 빠져 살고 계속 공부하고 답사를 간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45%의 재능, 55%의 인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당부했다. “똑같은 자료조사를 했을 때 찾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못 찾아내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포기하지 않는 성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킹덤’ 시즌1이 공개된 후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작가는 “대본 집필은 완료했고 오는 2월11일 첫 촬영에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김 작가는 시즌3, 시즌4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며 “만약에 하게 된다면 시즌3에는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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