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애플의 중국 분기 매출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회복을 자신했지만 시장은 애플의 고가 전략이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2019 회계연도 1·4분기(2018년 10~12월) 총 매출액이 843억 달러(94조3,3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분기 총 매출액은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의 전망치 평균(840억 달러)와 지난 2일 애플이 하향 조정한 전망치와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달 3일 애플 주가가 9.96% 폭락하며 악재가 선반영된 결과 이날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 급등했다.
중국 판매 부진이 애플에 치명상을 안겼다. 애플이 중국에서 올린 분기 매출은 131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7%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액이 5% 늘었지만 중국은 물론 유럽, 일본, 아시아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쿡 CEO는 지난 2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경기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아이폰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애플의 1·4분기 매출 전망을 기존 890억∼930억 달러에서 5~9% 낮은 84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애플 최대 수익원인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추락했다. 시장 전망치(526억7,000만 달러)보다도 다소 낮은 수치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줄었지만 맥북 등 다른 제품군의 판매가 늘고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부문이 선전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쿡 CEO는 “우리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이번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패드 (17%), 웨어러블·악세서리(33%), 애플뮤직을 포함한 서비스(29%) 등 아이폰을 제외한 부문에서 매출은 대부분 상승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여전히 애플 총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아이폰 판매 둔화가 애플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 가격이 최대 1,3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교체 주기를 늘리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의 중저가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의 수요증가 둔화를 가격 인상으로 상쇄하려 했으나 역풍을 맞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애플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쿡 CEO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해외 현지 가격을 1년 전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면서 “각 시장에서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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