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 뒀던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학폭위)는 교육지원청으로 옮긴다.
교육부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 9단계인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 가운데 서면 사과와 접촉·협박·보복금지, 교내봉사처럼 1∼3호에 해당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 대신 가해 학생이 조치 사항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을 어기거나 1∼3호 조치를 2회 이상 받을 경우에는 이전 조치까지 모두 학생부에 남긴다.
이러한 개선은 학교 폭력에 대한 모든 조치 사항을 기재할 때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12년부터 모든 학교폭력 가해가 학생부에 기재되면서 가해자 측에서 학폭위 재심이나 교육청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일이 급증했다. 그 결과 가해·피해 학생 모두의 학교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폭위 재심은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약 245% 증가했다. 교육청 행정심판의 경우 2013년 247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260% 급증했다.
교육부는 또 학폭위를 일선 학교에서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학부모·전문가로 꾸려진 학폭위에서 가해자 징계 등의 조처를 심의한다. 손해배상 합의나 분쟁 조정도 학폭위가 담당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폭위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학부모 위원 비중을 현행 ‘절반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낮춘다. 대신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그 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하고 내년 1학기에 시행하는 것이 교육부의 목표다.
이와 함께 ‘학교 자체 해결제’를 도입해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볼 경우 학폭위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에 나서도록 한다. 이러한 경우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사건이 은폐되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어 교육부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가령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사건을 학폭위에 넘기지 않는 것에 문서로 동의해야 한다. 피해 학생의 신체·정신 피해가 전치 2주 미만이고 폭력이 지속적으로 행사되지 않은 점 등의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또 학교장이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에 따른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 자체 해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만약 ‘학교 자체 해결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피해자 측이 원하거나 은폐·축소 정황이 드러나면 학폭위를 열도록 했다.
이번 개선안은 ‘정책숙려제’를 통해 마련됐다. ‘정책숙려제’란 국민 관심이 큰 정책 또는 발표 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를 말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정책숙려제로 이번 개선 방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학교 자체 해결제’와 ‘생활기록부 기재 완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 숙려제 참여단의 약 60%가 두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폭력이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정책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교사·학생·학부모 1,200명과 일반인 1,000명 등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번 조치에 반대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학생 가운데 ‘조치사항 1~3호 학생부 기재 유보’와 ‘경미한 학교폭력 학교 자체해결’에 반대한 비율은 각각 75.4%와 61.2%였다. 학부모는 51.7%와 46.4%, 일반인은 61.5%와 55.3%가 두 방안에 반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사는 반대비율이 48.0%와 21.1%에 그쳤다.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 교사를 모두 포함할 경우 ‘조치사항 1~3호 학생부 기재 유보’는 찬반이 6대4, ‘경미한 학교폭력 학교 자체해결’은 5대5로 갈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피해 학생들의 의견을 지속해서 들으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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