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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빌딩 내다 파는 왕서방...세계 부동산시장 좌불안석

작년 4분기 8억5,400만弗 순매도

투자는 26억3,000만弗 6년래 최저

경기둔화·무역전쟁 타격입은 中기업

해외 부동산 매각 실탄 확보 열올려

호주·日서도 中 자본 이탈 잇따라





미중 무역전쟁과 급격한 경기둔화에 시달리는 중국이 그동안 사모은 해외 부동산을 잇달아 팔아치우고 있다. 국내 경기 방어에 나선 중국 정부가 자본통제를 실시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산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중국이라는 ‘큰손’이 사라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중국인들의 변심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중국의 최대 해외 투자처로 꼽히던 미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4분기 중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인들이 8억5,400만달러(약 9,55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미국 부동산 순매도는 3분기째다. WSJ는 “중국 투자가들이 미국 부동산에 대해 이렇게 길게 순매도 행진을 보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4분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42억달러어치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인 반면 매도 규모는 4억5,000만달러에 그쳐 총 37억5,000만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발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4분기부터 매도 우위로 돌아서 2·4분기에는 11억6,000억달러, 3·4분기에는 8억2,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투자 위험이 부동산 시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중국 투자는 26억3,000만달러의 순매수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수년 동안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차이나머니’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안방보험이 2015년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역대 최고가인 19억5,000만달러에 매입하는 등 중국 투자가들은 지난 5년간 미국 부동산을 쓸어담았다. 2016년에는 중국 투자가들이 198억달러어치의 미국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해외자본 유출 통제와 무역전쟁 발발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자산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를 우선시하는데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안정과 기업부채 축소, 해외 투자 단속 강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몸 사리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물론 하이항그룹과 다롄완다그룹 등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미니애폴리스·베벌리힐스 등지에 사놓았던 부동산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맞물려 미 부동산 가격은 올해 큰 하방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발 빼기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 이은 투자처였던 호주와 일본 시장에서도 중국 자본 이탈에 따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미즈호신탁은행의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일본 부동산 거래액은 1조7,290억엔으로 전년 비 34% 줄었다. 특히 외국계 자금의 구매가 90%나 급감했다. 여기에는 도심 부동산 가격이 고점에 근접했다는 관측과 함께 중국의 투자 감소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령 해외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안방보험 등은 지난해부터 일본 시장에 발걸음을 아예 끊은 상태다. 연구소 측은 “해외자금의 부동산 매입이 급감한 것은 중국이 투자를 줄인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최대 원자재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 역시 수년 전까지 대거 받아들인 차이나머니가 빠져나가면서 부메랑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드니 평균 주택가격은 2017년 10월의 정점과 비교해 11%나 떨어졌으며 올해도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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