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대권주자로 부상했던 김 지사는 댓글 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징역 2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되면 경남지사직조차 지킬 수 없게 된다. 23년 만에 경남지사를 배출해 내년 총선에서 경남·부산·울산(PK) 지역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안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망연자실해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대선 과정에서 댓글 조작을 했다는 것이 유죄로 선고된 만큼 현 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한목소리로 성토했고 집권여당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성 시비와 함께 야권 대권주자들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지면서 현 정부의 레임덕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진 만큼 여권의 분열을 점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보수세력은 결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 때 댓글조작의 최대 피해자로 여겨지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고 여의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文) 정부 정통성 시비 불가피=자유한국당은 당장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이날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 지사는 댓글 조작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문 대통령은 댓글 조작을 인지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수석대변인은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댓글 조작은 2017년 대통령선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최대 과제인 적폐청산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뒀던 폐단을 청산하는 문제였는데 현 정부가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경우 도리어 적폐 대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임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로 조기 대선까지 치르고 들어선 현 정부가 또다시 정통성 문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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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정 장악력, 보수세력은 결집=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번 선고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시점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총리와 탄핵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홍준표 전 대표가 명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이들 야권 대선주자들이 현 정부를 향한 공세수위를 높여도 정부 여당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법원의 판단을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2심을 기다리는 사이 보수세력이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의 복귀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범보수 재결집이 이뤄지는 사이 여권의 원심력은 흔들리는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함께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총선 전 정당의 ‘헤쳐모여’가 시작되고 내년에 새로운 정당체제로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법농단 세력 반격 프레임=민주당은 사법농단으로 지칭되는 양승태 사법부의 반격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번 선고를 보복성 재판으로 규정하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법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내려진 것이냐는 의구심을 가진다”며 “사법개혁과 함께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 대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도 변호인을 통해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수관계’를 거론하며 “우려한 일이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당은 사법농단 세력이 현 정부에 반격을 가했다는 대결구도를 형성해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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