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달라졌다. 지난 1년 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을 좀처럼 쉽게 내치지 않는데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은 ‘5060 비하’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노영민 비서실장 취임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청와대가 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보좌관은 29일 오후까지도 내부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이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아서 사표를 낸 지도 몰랐다. 오후6시쯤 사표가 수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전광석화처럼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한 번 쓴 참모는 큰 사고를 쳐도 좀처럼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김 전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둔 신남방정책을 총괄하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었다. 또 청와대 경제 라인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동행해 남북경협도 주도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청와대와 재계의 소통창구 역할도 담당하는 등 청와대 안에서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노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사표 수리를 강력히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사퇴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청와대에서 내년 총선을 위해 나가는 사람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함께 8일 ‘자발적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백 전 비서관은 이때 사의를 표하지 않고 후임 인선이 발표되면서 ‘밀려 나가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비서관 등 후속 인사 그림도 짜고 갔는데 노 실장이 오고 다시 인사를 하면서 특이한 인사 발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참모들이 하던 업무 스타일이 있었는데 노 실장이 오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해 대통령 지지율을 80% 이상으로 끌어낸 참모들의 자부심도 상당한 만큼 노 실장의 과감한 변화 지시에 따른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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